@신전 로제 떡볶이 2021.4.27 화요일 이 책을 어떤 이유로 읽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추천글을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읽는 책탑 위에 올려놓고 일주일 정도 방치된 상황에서 ‘책 읽는 아웃’에 심채경 작가가 나와서 책을 펼치기 전에 먼저 오디오 클립부터 듣게 됐다.조금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이 읽고 싶어져서 뚜껑을 열었다.잠시 독서아웃 얘기를 하면 김하나 작가는 초대받은 작가들의 책을 정말 세심하게 읽고 질문을 굉장히 잘한다. 질문을 들으면 이 사람이 이 책을, 이 상황을, 이 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좋은 글을 꺼내 작가와 잘 공감할 수 있을까. 라는 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적극적인 독서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메모도 하고 작가와 대화도 나누고(그렇게 셰익스피어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당연히 영어와 한국어의 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도 질문과 대답을 하는 온몸으로 읽는 것이다. 누워서 편하게 하는 독서도 좋지만 ‘이 글은 기억하고 싶다’는 순간에는 그래도 몸을 일으켜 바로 앉고 밑줄도 긋고 필사적으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심기일전하여 이 책은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읽었다.
요즘 나의 독서는 자기계발서 소설 에세이를 번갈아 읽거나 동시에 읽는 스타일로 정했다. 지난해부터 ‘어쨌든’ 시리즈를 비롯해 자주 읽히는 에세이를 잇달아 읽으니 조금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에세이는 다 읽고 난 뒤 나도 한 권의 책을 읽었다는 보람이 현저히 떨어진다. 물론 정혜윤 PD의 책이나 이슬아 작가의 책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이 정도는 블로그 수준 아닌가?’ ‘이게 학생 문집이야?’ ‘너무 감상적이지 않나?’ 이런 느낌이 들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가벼운 현자 타임이 온다. 내가 왜 이걸 읽고 있을까? 땀시? 그래서 너무 감상적인 내용의 글보다는 내가 모르는 세계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죽은 사람의 집 청소나 어린이라는 세계 같은 책은 그래서 재미있었다. 실제로 블로그에 올라 있는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놀란다.책을 읽지 않고 팟캐스트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살았다면 그렇지 않아도 빈약한 내 사고방식, 상상력은 얼마나 끔찍했을까.
이 책은 제목처럼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가 쓴 이야기다. 그녀는 우연히 신문에 글을 하나 실었는데 그걸 보고 문학동네 편집자를 만나자고 해서 평소 접니다. 네.제가 한번 해볼게요라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 덕분에 책을 내보자는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기회가 와도 잡으려면 일단 SAYES!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저자의 입을 빌리면 무엇이든 하려면 무엇이든 해야 하고 무엇이든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인생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솔직히 나는 몇 가지 공포증이 있어.우주, 심해, 그리고 계단. 사진으로 우주사진을 보면 소름끼칠 정도로 무섭다. 특히 큰 목성과 띠를 두르고 있는 토성이 가장 섬뜩하다. 우주여행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하지만 달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 좋다. 오늘은 1년 중 가장 큰 달을 볼 수 있는 날이라고 하니 기대하고 망원경(오타 활용)도 꺼내놨는데 구름이 잔뜩 끼어 정말 아쉽다. 대신 어제는 밤하늘이 맑아 베란다에서 달을 실컷 봤다.뜻밖에 오타 활망원경으로 달을 바라봐도 달은 꽤 선명하게 보인다. 전체적으로 회색을 띠며 오목한 듯 그늘은 검게 보인다. 그리고 아주 밝고 아주 가까워. 가끔 하늘에 더 있는 보름달을 보면 ‘하늘에 저렇게 떠 있다니!’ 하면서 깜짝 놀랄 때도 있다.그리고 생각한다. 달만 봐도 예쁜데 우주에서 바라보는 투명하게 푸른 지구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각하면서. (다카하나 다카시의 우주로의 귀환도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천문학자는 별만 마음껏 바라볼 줄 알았는데 제목으로 그렇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준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고.솔직히 이 책을 읽고도 천문학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작성하고 계산을 하고.그런 것만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좋았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사람들이 보기에 저게 대체 뭘까 하는 생각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다툼을 만들지도 않는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닙니다, TV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꾸는 영향력을 갖는 것도 아닌 그런 것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 수백 년이 걸리는 곳에 한없이 전파를 흘려 전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해.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과학자가 뭘 하는 사람인가 했더니 순수하게 학문을 하는 사람이었어!순간 이과가 대단할 것 같은 문과의 나
그리고 또 멋진 문구.과학 논문에서는 항상 저자를 우리 we라고 칭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공동연구자가 많아서 그냥 그렇구나 싶어 따라했는데 그 이유를 학위를 받고 한참 뒤에야 알았다고 한다.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래서 논문 속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가 아니라 인류라고.
이야기 속에서 기억에 남는 게 사람들이라 참 좋다.이 책도 순수하게 연구하는 사람들처럼 무해하고 깨끗하다.